인간의 노화, 신장, 그리고 인 (燐, Phosphorus)
2019. 04. 16

 <신장내과 양재원 교수>

 

인간의 생명은 어디까지 늘어날까? 암, 감염병 등과 같이 인간의 생명을 단축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환들은 과학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나니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인간의 생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불로불사약을 찾고 싶었던 중국의 시황제가 결국 수은을 약으로 먹고 생명을 단축했던 교훈이 있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어떤 것을 먹으면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연일 방송에서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다양한 불로불사 음식을 선전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유행처럼 다양한 식물(음식)에 어떤 성분을 많이 섭취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성신부전 환자를 보는 신장내과 의사입장에선 외래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 가 이런 몸에 좋은 음식들은 왜 의사가 못 먹게 하는가 설명 해야하고, 잘 이해하는 듯한 환자들이 대부분의 음식을 거부하면서 영양실조가 되어가는 모습을 씁씁하게 처다 볼 때이다. "무엇을 먹으면 신장이 좋아지나요? TV에서 나오는데 신장에 좋다 던데요" "그런 건 없습니다. 있으면 약으로 만들어서 드렸겠지요. 제가 약이 있는데 안 드릴까봐 걱정되세요?" '이 의사는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최신 지식인 듯 방송에 나왔는데...' 내가 항상 매번 외래에서 겪는 일이다.

 

1997년 미국의 병리학자인 Makoto Kuro-o 는 인간에 발병하는 조로증 (早老症, progeria; 성장 및 노화가 빠르게 진행하여 사망하는 유전병)의 동물 모델을 연구하던 중 유전자변이를 발견하고 이를 그리스 신화에서 생명을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을 붙여 클로토(klotho)라 명명한다. 이 유전자가 생명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양한 연구자들이 이 클로토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의 역할을 밝히려고 노력해 왔다. 현재까지도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이 클로토 단백이 신장에서 인(phosphorus)의 배출에 관여한다는 것이고 이 것이 감소하면 혈중 인의 농도가 오르면서 노화에서 나타나는 섬유화, 석회화 등의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네랄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 가운데 탄소, 수소, 산소 3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즉, 칼슘과 칼륨, 인, 마그네슘, 철 등의 무기염류를 이르는 것이다. 1669년 독일의 헤닝 브란트가 은을 금으로 바꾸는 액체를 만들려고 공기를 차단하고 오줌[尿]을 가열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였다. 인은 신장 기능에 따라 인체 내에 농도가 오르게 되는 대표적인 물질이고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인의 축적은 정상 신기능을 보이는 사람과 다른 중요한 소견이다. 

 

그럼 신장은 왜 인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인이 축적되는 현상을 고인산혈증이라고 하며 이렇게 되면 비타민D를 감소시키고 부갑상선을 항진시켜 다양한 형태의 뼈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혈중 인 농도가 높으면 칼슘과 결합해 칼슘-인 결합체가 심장판막, 대동맥, 관상동맥 등에 침착 되어 심혈관계질환 사망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게 된다. 이런 노화와 관련된 변화를 막고자 신장은 인을 소변으로 내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신장 기능을 잃은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고인산혈증을 조절하기 위해서 인산 제한 식이요법, 투석, 혈중 인 조절 약물(인산 결합제) 복용 등 3가지 치료를 해야 그런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인은 평소 섭취를 제한 할 일은 없으나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신기능을 유지하고 노화현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뼈에 좋다는 음식에 인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치즈, 콩, 홍차, 현미,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커피원두, 간장, 우유 등에 많이 들어 있어 가급적 적은 양을 섭취해야 하며, 섭취하더라도 가공을 할 수록 흡수율이 올라가므로 가공하지 않은 상태로 먹는 것이 덜 흡수되게 하는 방법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대부분 인간은 먹어야 할 것 보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운동을 해야 건강이 유지되는 현실…때론 몸에 좋다는 음식들도 질병의 상태에 따라선 먹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