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은 ‘세계 췌장암의 달’
2019. 10. 15

<소화기내과 이경주교수>

 

췌장암은 우리나라 전체 주요 암 중 암 발생 8위이지만, 암 사망 5위를 차지하는 두려운 암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천명의 새로운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고 5년 생존률은 8.7%에 불과하다. 췌장암은 인지도가 낮은 병이였으나 유명인사들의 췌장암 소식과 드라마에서 비운의 주인공을 췌장암으로 설정하면서 일반인들도 췌장암이 무시무시한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에서 주인공 어머니가 췌장암에 걸리는 내용이 나와서인지 외래에 췌장 검사를 원하는 환자분들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등이 아프면 췌장에 문제가 있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많다. 안타까운 것은 실제 췌장암 환자들은 너무 늦게 병원을 찾아 수술의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췌장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증상이 늦게 나타나고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췌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보호막이 없고 주위에 중요한 혈관이 지나가서 암이 발생했을 경우 주변에 빨리 퍼지고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을 한다면 완치도 바라볼 수 있으나 스크리닝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췌장암은 자각 증상이 없고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식욕저하 등 다른 질환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체중감소가 있거나, 이유 없이 소변이 붉어지거나 눈이 노래지는 경우, 40세 이상에서 새롭게 당뇨병이 생기거나 갑자기 당뇨가 조절이 안 되는 경우는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하여 췌장암의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겠다.


 무엇보다 췌장암에 걸리지 않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 중 하나는 담배이다. 담배는 많은 병들의 위험인자이며 췌장암 발생률도 2-3배 높아진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다. 당뇨가 있는 환자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당뇨가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만성췌장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만성췌장염은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만 또한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운동과 바른 식습관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11월은 세계췌장암의 달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학회가 주관하여 전국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췌장암의 인지도를 높이고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병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고 강좌도 개최한다. 아직까지 췌장암이 암울한 병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효과가 좋은 항암제들이 개발되었고 췌장암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치료제도 좋아져서 치료를 포기하기 보다는 전문가와 상담하여 올바른 치료를 받기를 권유한다. 오늘도 췌장암으로 투병하는 환자분들과 가족분들도 희망을 갖고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