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는 우리아이 스마트폰 줘야할까? 말아야할까?
2019. 07. 16

   

<정신건강의학과 이진희 교수>

 

세 살 남자아이와 부모가 즐거운 표정으로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마친 부모가 서로의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이는 이내 지루한 표정을 짓더니 곧 엄마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안 된다고 했지? 안 된다니까...”한다. 아이는 곧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짜증은 금세 떼로 바뀌었다. 조용하던 레스토랑 안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엄마는 몹시 난처해 했고, 이를 눈치 챈 아이의 떼는 점점 심해졌다. 커져가는 아이의 목소리에 침묵을 지키던 아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번 한번 만이야.”하면서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요즘 여러 공공장소나 식당 안에서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어린 아이와 체념한 표정의 부모의 모습을 흔히 본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님들이 스마트폰을 언제부터, 얼마나 보여줘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와 떼쓰는 아이들의 고집에 쉽게 항복 하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게 된다. 이 시대 부모들의 최대 난제인 스마트폰 허용에 대하여 최근 미국 소아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의미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18-24개월 미만의 소아는 디지털 미디어를 피하는 것이 좋다.
24개월 미만의 소아는 내용을 상징화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디지털 미디어로부터 제대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시기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같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교감을 나누는 것이 아이의 인지, 언어, 운동, 사회-감정 발달에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2-5세 소아는 디지털 미디어 신청을 하루에 1시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내용은 고품질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하고, 어른과 같이 보면서 교감하고 아이가 그 내용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셋째, 침실과 식사시간, 부모와 놀이시간에는 부모와 아이 모두 전자 기기가 없도록 하고, 이런 기기들을 아이를 진정시키거나 달래는 목적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떼쓰는 아이들에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이는 기다리는 연습을 하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또한 취침 시간이나 식사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은 안 좋은 생활습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성인과 달리 뇌 발달이 끝나지 않은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뇌  구조의 불균형과 변형까지 초래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모의 결정에는 위와 같은 분명한 원칙과 일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지 않은 부모가 느긋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며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 이상 ‘스마트폰 없이도 행복한 아이’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